이사간다 민짱이 산다

작년 12월에 2년의 임대계약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8개월간 집이 나가지 않았다.
사실 그 전부터 집주인이 집을 파네 마네 하길래 계약기간 전에 이사를 가려고 수차례 집을 보여줬음에도 집주인의 변덕으로
(집 판다고 해놓고 산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팔지 않음.) 집계약이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계약기간 만료인 12월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래도 봄엔 집이 나갈 줄 알았는데.. 여름이 왔다.
사는 동안 이 동네 전세값도 상당히 올라 내가 계약했을 때보다 4천 만원이나 더 올라 있던 터였다.
내가 나가야 4천이나 더 받고 임대를 할텐데. 집주인도 속이 터지겠지.
 
그러던 중 추석전에는 이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도 가을엔 집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을테니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그 방법중 하나가 애들을 가두고 부동산에 집 비번을 오픈해서 언제든지 (..ㅜㅜ 슬프다) 집을 보여줄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구매해둔 철망을 케이블타이로 연결해서 케이지를 만들었다.
한쪽 벽면 양쪽에 행거 기둥을 세워 케이지가 넘어가지 않게 고정을 했다.


철망을 잘 타는 순돌이가 있기에 상단도 막아주었다.


나름 아늑하지만 애들 셋이 있기엔 많이 협소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올해가 그냥 가버릴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었다.


첫날 퇴근후
잘 견뎌준 녀석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아늑?해서 문을 열어놔도 다시 들어가 있었더랬다.


그리고 둘째날.
놀랍게도 계약자가 나타났다!!!!!
계약금까지 걸었다!!!
몇달전에 계약하고 싶다하구선 다음날 안하겠다는 연락도 몇번 받았던 터라 계약금까지 걸었다니!!!
얼마나 기쁘던지 집에서 혼자 춤까지 췄다.
미친ㄴ 처럼 혼자 실실거리며 웃기까지 했다.
기쁨의 축배도 들었다. 안주 없이 깡맥으로.
게다가 애들 가둔지 이틀만에 성사된 계약이라 더 기뻤다.


새세입자가 되도록 빨리 들어오고 싶다길래 맘같아선 당장이라도 빼주고 싶었지만 나도 집을 구해야 하니
2주간의 시간을 요청하고 집보러 다녔다.
이사계획은 작년부터 세우고 있었기에 가려고 한 동네는 정해져 있었다.
동네도 정해졌고 적정선의 금액도 정해진 터라 집만 고르면 되는 상황이었다.

8개월간 집이 안나간게 나에겐 운으로 따랐는지 12월에 이사를 나갔다면 구할 수 없었던 신축아파트가 가려던 동네에 속속들이
분양을 시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려던 동네에서 길하나만 건너면 되는 지역이 주변 인기지역에 치여 집값이며 전세가가 하락하고 있었다.
분양은 6월에 시작했는데 8월 말에 3천이나 떨어졌다니 집주인에겐 안타깝지만 나에겐 새집에 입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나 신발장이 넓고 크고.
기존 집들은 신발장이 작아 큰박스에 신발을 담아 두고 계절마다 바꿔서 꺼내놓았었더랬다.


넓고 밝은 거실.
이제 녀석들이 마음껏 뛰어 놀며 바깥구경도 할수 있게 되었다.
조만간 캣타워도 들여놔야겠다. 후후


ㄷ자형 넓어진 주방.
그동안 짧고 좁은 ㅡ자형 싱크대만 써오다가 수납력 짱짱인 주방을 만나니 요리할 맛이 생긴다.


그동안 서울와서 반지하와 옥탑등에서 시작했던 자취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적은 월급부터 시작했지만 이사를 다닐때 마다 좀 더 나은 곳으로 가기위해 애썼던 나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순돌이는 아직 이사경력이 한번뿐인 초짜다.
이 박스는 무엇에 쓰는건지 궁금해 한다.


언제나 제일 높은 곳을 점령하는 순돌이.


이미 이사엔 도가 튼.
8번의 이사경력이 있는 콩형님과 6번의 이사경력이 있는 애옹군은 그깟 이사박스 따위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잘있어라 옛집이여.

덧글

  • 2017/09/14 13: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9/15 12: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박시분 2017/09/18 15:19 # 삭제 답글

    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럼에도 서운하고 ㅠㅠ
    새집에선 좋은일만 미친듯이 가득하길 바람.ㅇㅇ
  • 민짱 2017/09/18 15:25 #

    ㅋㅋㅋ 장장 8개월간 애가 끓었지.
    부동산에서도 왜 가만히 있었냐 그러고..
    어차피 법적으로 간다해도 1년이나 걸리는 일인데 말이지..
    시간내서 달려오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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